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 중 하나인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대한민국. 그리고 동계올림픽의 파이널 게임인 아이스하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6년여 앞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앞에 자리 잡은 수식어는 아쉽게도 ‘비인기종목’이 전부다.
현재 아이스하키협회에 등록된 51개 초등학교 클럽은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10개·8개로 줄어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학에는 5개 팀밖에 없고 실업팀은 2개뿐이다. 쉽게 말하면 아이스하키 선수는 나이를 먹을수록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나빠진다는 이야기다. 이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기반이 부실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스하키 선수의 꿈을 품은 수많은 선수들은 학창시절을 모두 빙판 위에 바치고도 실업팀에 지명받지 못해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한국 스포츠계에는 기회로부터 소외된 인재들이 실력을 연마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야구팀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바로 그것. 아이스하키계에도 이 같은 열정에 기회를 줄 수 있는 독립구단이 지난 9월 말 창단됐다. 아이스하키 독립구단 ‘웨이브즈'(Waves)다.
소외된 인재에게 기회를 주자
▲ 웨이브즈의 로고 ⓒ 웨이브즈
독립구단 웨이브즈는 실업 아이스하키팀 안양 한라 출신 김홍일(32)씨가 주도해 만들었다. 웨이브즈는 모기업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기존 실업·프로팀과는 달리 구성부터 후원까지 모두 선수 중심으로 이뤄진 형식의 아이스하키팀이다.
웨이브즈는 독립적으로 선수를 선발해 선수단을 구성, 구단을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로써 기회로부터 소외된 인재에게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좌절의 아픔을 딛고 성공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에 희망을 전달하는 것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웨이브즈는 갓 대학을 졸업한 선수부터 여행사직원·현직 대학 코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훈련은 오후 10시에 모여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진행된다. 정식 아이스하키 선수로서의 꿈을 품은 이들의 땀방울은 아이스링크의 한기를 가시게 할 기세다. 지난 20일 웨이브즈를 창단한 김홍일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웨이브즈의 창단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떤 동기에 의해서 웨이브즈가 창단하게 됐나요.
“지난봄, 우연히 새벽 시간 링크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전 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도 다수의 선수 출신 선후배들이 예전에 비해 형편없는 기량으로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진지함과 치열함이 묻어났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독립구단 형태의 하키팀을 만들면 참여하겠느냐, 메인 후원사가 생기기 전까지 연봉이 없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현장에 있던 선배는 ‘돈을 내고서라도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라는 답을 했고, 이미 제 마음속에는 다시 한 번 이들에게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후 팀 창단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후배들을 만나 보니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면 뭔가 꼭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이스하키에 꿈을 품은 친구들이 한국 아이스하키를 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아이스하키에 변화의 물결 일으키겠다”
▲ 훈련에 앞선 웨이브즈 선수들의 단체사진 ⓒ 이희재
– 웨이브즈에도 궁극적인 목표가 있을 텐데요.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를 상품성과 광고 가치가 있는 스포츠로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 움직이는 홈 링크를 보유하는 것이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발전이겠죠.”
– 앞으로의 각오를 말씀해주세요.
“작은 물결이 큰 파도로 되돌아오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희 팀 이름을 ‘웨이브즈’라고 지었습니다. 저희가 한국 아이스하키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겠습니다. 다시 빙판 위에 설 수 있다는 희망과 열정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응원해주세요.”
웨이브즈는 현재 12월 창단식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선수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줄 구단주와, 네이밍 스폰서를 기다리고 있다. 웨이브즈는 단순히 기회를 잃은 선수들에게 꿈을 제공하는 것을 뛰어넘어 한국 아이스하키의 저변을 확대하고, 보다 넓은 의미의 발전을 목표로 삼았다. 향후 이 선수들과 구단이 한국 아이스하키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이들의 싱싱한 꿈이 담긴 성공 신화를 기대해본다.